가장 큰 죄
이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악이 하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에게서 그것이 나타나면 누구나 혐오하는 악, 그리스도인 말고는 자신에게도 그런 악이 있다는 것을 생각조차 못하는 악이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자기는 성질이 고약하다거나 여자나 술에 약하다거나 심지어 겁쟁이라고 인정하는 말은 들어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이 아니면서도 이 악이 자신에게 있다고 고백하는 말은 지금껏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동시에 그리스도인이 아니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이 악이 나타날때 조금이나마 자비를 보여주는 사람 또한 거의 만나본적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이보다 싫어하는 악이 없으면서도, 이보다 더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악도 없습니다. 이 악이 많이 있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나타나는 이 악을 싫어합니다.
제가 말하는 이 악은 바로 "교만" 또는 "자만" 입니다. 이와 반대되는 덕목을 기독교 도덕에서는 겸손 이라고 부르지요. 기독교 스승들의 가르침을 따르면 가장 핵심적인 악, 가장 궁극적인 악은 교만입니다. 성적 부정, 분노, 탐욕, 술취함, 같은 것들도 이 악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합니다. 사탄도 바로 이 교만때문에 악마가 되었습니다. 교만은 온갖 악으로 이어집이나. 이것은 하나님께 전적으로 맞서는 마음 상태입니다.
실제로 여러분이 얼마나 교만한지 알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거나 알아주지 않거나 쓸데없이 내 일에 참견하거나 은인행세를 할때 얼마만큼 싫은 마음이 드는가?"
교만은 단순히 무언가를 가지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옆사람보다 더 가져야만 만족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돈많고 똑똑하고하고 잘생긴 것을 뽐낸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남보다 더 돈많고 더 똑똑하고 더 잘생긴 것을 뽐내는 것입니다. 여러분을 교만하게 만드는 것은 남과의 비교입니다. 즉, 남들보다 우월하다는데서 오는 즐거움이 사람을 교만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경쟁이라는 요소가 없으면 교만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교만은 다른 악들과 달리 본질적으로 경쟁적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세상이 시작된 이래 모든 나라와 가정을 불행하게 만든 주된 원인은 바로 교만입니다. 다른 악들은 그래도 사람들을 맺어주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여러분은 술 취한 사람들이나 방종한 사람들끼리 사이좋게 지내거나 농담을 주고 받거나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본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교만은 언제나 적대감을 일으킵니다. 사실은 교만 그 자체가 적대감입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대감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적대감이기도 합니다.
교만한 사람은 하나님을 알 수 없습니다. 교만한 사람은 항상 눈을 내리깔고 사물과 사람을 바라봅니다. 그렇게 내리깔고 보는 한 자기보다 높이 있는 존재를 결코 볼 수 없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두려운 질문이 생깁니다. 분명히 교만하기 짝이 없는 사람인데, 자기는 하나님을 믿는다면서 아주 신앙적으로 행세하는 사람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합니까? 감히 말하지만 그들은 상상속의 하나님을 섬기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자기들이 하나님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인정하지만, 실제로는 허깨비 하나님이 자신들을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훨씬 낮게 여기며 인정해준다고 늘상 생각합니다. 저는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바, 그를 전파하고 그의 이름으로 귀신까지 쫓아냈으면서도 마지막날에 결국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는 말을 듣게 될 자들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도 언제든지 이런 죽음의 덫에 걸려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는 자신을 시험해볼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자신이 신앙생활을 한다는 사실 때문에 스스로 선한 사람으로 느껴질때, 자신이 다른 사람들 보다 낫게 느껴질때, 하나님이 아니라 사탄을 따르고 있다고 보면됩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있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완전히 잊고 있느냐" 또는"나 자신을 하찮고 더러운 존재로 여기느냐" 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중에서도 더 좋은 쪽은 자신에 대해 완전히 잊는 것이지요.
만약 여러분이 정말 겸손한 사람을 만난다면 "요즘사람들이 흔히 겸손하다고 말하는 그런 사람이겠지" 라고 생각하지 마시기바랍니다. 그는 "저야 정말 부족한 사람이지요" 라는 말을 늘 입에 달고다니는 느끼하고 역겨운 사람이 아닐 것 입니다. 아마도 그가 주는 인상은, 여러분이 그에게 무슨 말을 하든지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는 쾌활하고 지적인 사람이라는 것이 전부일 것입니다. 만약에 그에게 호감이 생기지 않는다면, 인생을 너무 쉽게 즐기는 것 처럼 보이는데 약간 질투를 느꼈기 때문이겠지요. 그는 자신의 겸손을 의식하지 않을 것입니다.아니 아예 자기 자신을 전혀 의식하지 않을 것입니다.
겸손해지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다면, 제가 그 첫걸음을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그 첫걸음이란, 바로 자신이 교만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이것은 약간 보폭이 큰걸음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이 한걸음을 내딛기 전에는 아무 진전도 있을 수 없습니다. 자신은 우쭐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사실은 아주 우쭐대고 있다는 뜻 입니다.